새로운 시작
첫 회사에서 퇴사한지 이제 2주가 지나간다. 삶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퇴사 전에 했던 걱정들이 바보스러울만큼 현재가 만족스럽다.
- 자율 근무이기 때문에 아침에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눈 뜨면 출근한다.
- 내가 할 일을 모두 마쳤으면 일찍 퇴근한다. 물론 내가 개발을 좋아해서 집에 와서도 계속한다.
- 퇴근하면 반겨주는 가족들이 있다.
- 야간/주말 VPN 대응이 없어서 퇴근한 이후나 주말에 마음껏 공부할 수 있다.
일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이전 회사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각자 팀마다 R&R이 있고, 서로에게 일을 넘기고 끝나기를 기다렸다. 내가 직접 했었더라면 더 많이 성장했을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가 해야 한다. 작년부터 친구와 같이 일 하면서 쌓이기만 하는 코드와 문서들을 정리하자고 말만 했을 뿐 지금까지 되어 있는게 하나도 없다. 서로 바빴으니 누굴 탓하겠나. 이제는 내가 하면 된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지금 더 바쁘다. 출근 첫날 친구 PC 바탕화면에 설계 문서들을 봤을 때 고구마를 1000개 먹은 듯한 답답함이 나를 엄습했다.
앞으로 해나갈 것들
부족한 것들이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다.
-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에 대한 문서나 코드 정리
- 옛날 방식의 형상 관리와 규칙성 없는 커밋(commit)
- 협업 체계
- 자동화되지 않은 테스트와 배포 체계
나와 친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다. 맡은 일들을 수행하면서 문제가 되는 것들을 정리해가고 있다. 물론 나도 이전 직장에서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헤매는 중이다. 하지만 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니 즐겁다. 매일 같이 다른 서비스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 하는지 찾아보면서 현재 우리 팀에 필요한 것들을 적용해가고 있다.
할 일이 많아지니 빠른 처리를 위해 자동화를 고민하게 되었다. 현재는 SI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 자체 서비스 개발을 위한 테스트와 코드 품질에 대한 걱정을 함께 했다.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는 코드 스타일, 품질, 테스트 등에 익숙해지도록 몇 가지 사항들을 꼭 지키자고 다짐했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모니터링에 대한 내용들도 같이 공부해나갔다.
토스 개발자 컨퍼런스
개발자로써 해보고 싶은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최근에 경험했다. 컨퍼런스 참여하기. 회사 업무 때문에 한번도 참여해보지 못 했었는데 이번엔 현재 팀원들과 치킨을 먹으면서 같이 봤다. 넌지시 함께 보자고 제의했더니 다들 흔쾌히 수락했다. 해당 컨퍼런스는 현재 우리 팀의 부족한 부분들을 어렴풋이 제시해주었는데 팀원들과 함께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로서의 삶
전 회사의 선배들은 새로운 기술, 소프트웨어 방법론, 디자인 패턴 같은 것들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화 주제는 주로 주식, 부동산 같은 것들이었다. 물론 제태크도 중요하지만, 나는 아직 내 커리어를 더 탄탄하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퇴사하지 않고 회사 생활에 익숙해졌다면 나도 열정을 잃었을지 모른다. 나는 아직 개발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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