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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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관련된 글이 아니라 개인적인 글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요즘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것이 하루 일과처럼 되어 버렸는데 좋은 습관이 생긴 것 같다. 평소 머리 속에만 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고 다시 읽어보면서 나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길러볼 생각이다. 나의 첫 일상 로그는 퇴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 프로젝트 MES3.0에 투입되어 일 하면서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니 정말 행운이야!
언제 또 다시 이런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볼 수 있을까?
이런 규모를 가진 시스템을 구석구석 훑어볼 수 있다니 이건 정말 대박이야!

같은 시기에 입사한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하겠지만 진심이다. 그만큼 업무 강도가 악랄했다. 입사한 18년도에서부터 20년도까지 나의 업무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주니어 개발자이지만 내가 팀을 리딩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나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게 느껴진다는 점도 즐거움을 더해줬다. 우여곡절 끝에 가동된 시스템이 안정화되고 2021년 1월부터 운영 단계로 진입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매일 같이 출근해 자리에 앉아서 새로운 업무 요건들을 시스템에 반영하거나 간단한 유지보수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문득 불안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 더 재미있을텐데
블로그에 사용했던 기술 스택에 대해 공부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싶어
이런 유지 보수만 하다보면 개발자로서의 감이 떨어질 것 같아

시스템 장애가 많이 줄어들고 일상이 한가해지면서 생각이 많아진 탓일까? 매일이 지루해졌고 출근해서 회사에 있는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이직 생각이 많아지던 중 친한 동기들의 이직 성공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 타이밍에 같이 나가야지!’라는 생각이 덜컥 들었고 바로 그 다음 주에 출근해서 4월 중순에 퇴사하겠다고 팀장님께 말씀드렸다. 스타트업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다고 말씀드렸다. 팀장님은 아쉬워하는 내색을 보이셨지만 이내 받아드려주셨다.

스카웃 제의는 퇴사하기 위한 거짓말은 아니다. 친구 회사가 잘되고 있고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일을 좀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친구가 작년에 사업을 시작해 힘들 때 여러 프로젝트들을 도와주면서 서로 간의 신뢰도 쌓였고, 사정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일을 도와주면서 정말 가고 싶은 회사들만 골라서 준비해 볼 요량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마음 한켠으로는 불안하기도 하다.

친구 사업이 잘 안되면 어쩌지? 친구도 잃고 직장도 잃는건가?
대기업에서 시작한 내 커리어는 망가지는건가?
동기들은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이직하는데 나는 실패한건가?

일단 잘 모르겠고 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면 정신마저도 늙어갈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매일 정진하면서 지내보도록 하자.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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