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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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 해는 유독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나는 25년 한 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

25년에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과 거의 매주 놀러 다녔다. 키즈 카페, 박물관, 공원, 동물원, 아쿠아리움, 놀이동산, 테마파크, 생태 체험 농장, 불꽃 축제, 1년 동안 서울/경기도 지역에서 아이와 갈만한 곳들은 모두 찾아 다녔다. 와이프와 연애/신혼 시절보다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닌 것 같다. 가족들과 그만큼 많은 추억을 쌓았다. 25년 회고록을 쓰기 위해 매주 작성했던 회고록과 앨범 사진들을 훑어 보면서 그 순간들이 행복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가족들과 함께한 많은 순간들 중 기억에 남는 이벤트들은 다음과 같다.

  • 1월에 비발디 파크 스노위랜드로 2박 3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시아가 태어난 이후 첫 가족 여행이다. 아쉽게도 시아는 아직 어려서 눈썰매를 타거나 다른 어트랙션들을 즐기지 못했다. 이 때는 아직 돌도 지나지 않아서 나중에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다. 주아는 생애 처음으로 워터파크와 눈썰매장에 가봤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으로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의 눈빛은 부모의 가장 큰 행복이다. 하루종일 신나게 놀고 숙소에서 뻗어 잠들던 두 딸을 보면서 내년에도 또 오자는 다짐을 했다.
  • 4월에 주아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가족 운동회를 열었다. 운동회는 정말 오랜만이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이 마지막 기억인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 맞벌이 하던 부모님, 여동생까지 가족 모두가 학교 운동장에 앉아서 김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나는 두 아이의 부모로서 운동회에 참여하게 됐다. 아이와 함께 장애물도 넘고, 게임도 하고, 줄다리기도 하고, 춤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침 주아 생일과 겹치면서 운동회가 끝나고 온 가족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했다. 올해도 가족 운동회가 기대된다.
  • 6월에 시아 돌잔치를 했다. 온 가족들이 모여 둘째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축하해줬다. 건강하게 자라준 시아와 우리 아이의 미래를 축복해주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준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주아 돌잔치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둘째가 벌써 이렇게 컸다는게 놀랍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삶의 시계가 빨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 9월에 속초로 2박 3일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넓은 바다와 모래사장을 보여줄 생각에 내가 더 신이 났었다. 드넓은 해변을 보고 좋아할 것이라는 내 바램과 다르게 우리 아이들의 베스트 모먼트는 롯데 리조트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숙소 내부에 미끄럼틀, 비밀 벙커, 2층 침실을 보고 흥분해서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표정은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아이들은 행복이고, 인생의 소중한 선물이다.


첫째 주아는 자연과 동물을 사랑한다. 둘째 시아는 물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가족은 지금 산과 계곡 주변에서 산다. 봄에는 꽃과 동물을 보러 다니고, 여름에는 계곡에서 함께 물놀이를 하고, 가을에는 곤충을 잡으면서 놀고,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낸다. 언젠간 서울로 들어갈 계획을 갖고 있지만, 앞으로 이곳에 머무는 몇 년 동안 아이들과 자연에서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 당장 무리해서 서울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재택 근무 덕분이다.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회사에 감사함을 느끼는 한 해였다.

3월에 장모님이 파주에 라이브 카페를 오픈하셨다. 가게가 산 속에 있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되었다. 봄에 놀러 갔을 땐 개구리랑 곤충을 잡으러 다녔다. 여름에는 작은 풀장을 준비해주셔서 물놀이를 하고, 바베큐를 구워 먹었다. 가을에는 산 속에 떨어진 밤을 주워 구워 먹고, 밭에 심어 놓은 무, 고구마, 배추를 수확해서 먹기도 했다. 가족들과 근사한 추억을 가질 수 있는 공간과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주시는 장모님께 항상 감사하다.


다행히 25년 한 해 동안 우리 가족들 중 크게 아픈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둘째가 갑자기 열이 크게 난 적이 있었다. 와이프는 다음날 일 해야 하는 나 대신 새벽에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서 새벽 진료를 보고 왔다. 다녀와서도 한 숨도 안 자고 아이를 돌봤다. 항상 나와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와이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와이프와 고등학생이던 07년부터 연애를 했다. 그렇게 오래 보고 살았는데 아직도 서로에게 짜증내고 화내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오랜 기간 함께 지낸만큼 서로의 마음을 몰라줄 때 다가오는 섭섭함이 큰 것이 아닐까. 배려심과 생각이 깊은 와이프는 항상 덜렁대고, 무감각한 나에게 상처를 많이 받는다. 25년 매주 작성한 회고록을 보니 와이프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순간들이 제법 많았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별로였던 남편이었는지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어와 영어 공부

25년은 본격적으로 일본어와 영어에 묻혀 살았다. 하루 8시간을 일본 고객과 페어-워크를 하다 보니 한국어보다 일본어를 더 많이 말한 1년이었던 것 같다. 대학생이던 시절 ‘외국계 회사를 다니며 영어로 일하면 얼마나 멋있을까?’라는 꿈을 비슷하게나마 이뤘지만, 준비가 안된 나에겐 고통의 나날이었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정말 맞다. 지금은 일본어가 익숙해져서 스트레스도 덜하고,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24년에 한 마디도 못했던 나를 돌이켜보면 정말 크게 성장했다.

고객들과는 일본어로 일하지만, 동료들과는 영어로 일해야 한다. 이것도 제법 스트레스였다. 일본어와 영어 모두 어려운 나에게 선택과 집중도 불가능하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못하고, 동료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 채로 미팅이 끝났을 때 자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저녁을 먹으면서 늘어 놓는 한탄을 들어주는 와이프도 고생이 많았을거다.

언어가 빠르게 늘기 위해선 노출 빈도와 끈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밤 듀오링고와 스픽(speak) 앱을 통해 말하는 연습을 했다. 어느덧 듀오링고는 632일, 스픽은 356일째 불꽃을 태우고 있다. 26년에도 이 불꽃이 꺼지지 않고 이어나갈 생각이다. 애플리케이션 외에도 유튜브나 engoo에서 듣고, 읽는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언어에 관련된 역량을 빠르게 키우거나 어나더 레벨로 점프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문법과 쓰기 연습이 병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페어-워크 외에도 공개적인 발표 자리에서 영어와 일본어로 온라인 청중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개발자 서밋(summit)에선 기술적 부채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어로 발표했다. 랩스-앤-런(labs and learn)에서 MCP 서버를 활용한 워크플로우에 관련된 내용은 영어, AI 온톨로지 기본 개념과 간단한 구축 관련된 내용은 일본어로 발표했다. 역시 사람은 절벽에 몰렸을 때 크게 성장하는 것일까? 발표를 위해 수 차례 스크립트를 고치고, 연습하고, 대본을 외우다 보니 언어적 역량이 늘어났던 것 같다. 26년에도 나를 몰아세울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할 생각이다.

건강

24년에는 책 출판, 둘째 출산 때문에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다시 시작했던 운동을 또 멈췄다. 잦은 출장과 과음으로 몸도 많이 망가졌다. 25년 초 몸무게는 어느덧 80kg를 넘었고, 신체 검사에선 평생 본 적 없었던 C 형태의 인바디 그래프를 봤다.

25년에는 일절 술을 끊고 운동을 다시 시작해서 몸을 만들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술을 좋아하는 나에게 25년은 고통스러운 1년이었다. 특히 한여름 밤을 시원한 맥주 없이 지내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정말 참기 힘들 때는 제로 맥주로 입을 달랬다. 와이프는 이 참에 아예 술을 끊으라고 이야기했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기쁜 날에 술은 빠질 수 없지 않은가. 고통받는 삶은 1년으로 족하다. 2월부터 운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바쁜 일정이나 출장이 없다면 출근 전 아침이나 육아 퇴근 후 밤에 헬스장에 다녀왔다.

1년 만에 예전 같은 몸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나름 성과는 있었다. 몸무게는 75kg까지 빠졌고, 배의 지방은 눈에 띄게 줄었다. 26년 건강 검진의 인바디 그래프가 기대된다. 지금의 나는 몸의 근육량이 많았던 D 형태로 돌아갔을까?

토요타 DIG 8기 ACoE 활동

토요타 DIG 8기는 ACoE(Agile Center of Excellence) 팀으로 활동했다. 여러 팀을 돌아다니면서 서포트를 했다. 총 5팀을 서포트했다. 현재는 마지막 팀을 서포트하고 있다. 애자일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팀이지만, 이미 애자일 문화나 프랙티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성숙한 팀들을 지원했기 때문에 애자일 프랙티스 컨설턴트라기보다는 엔지니어로서 기술적 관점에서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일에 집중했던 것 같다. 크게 3가지 일에 집중했던 것 같다.

  • 좋지 않은 코드 패턴이나 잘못된 설계가 있다면 이를 바로 잡는 리팩토링을 수행했다.
  • 프론트엔드, 백엔드, 테스트, 데이터베이스 등 퍼포먼스 이슈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 부족한 테스트를 보완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여러 팀을 떠돌다 보니 좋은 점도 있었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좋았던 점을 떠올려 보면, 다양한 기술 스택을 접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스프링 부트와 리액트가 베이스지만, 세세하게 사용하는 라이브러리들이 달랐다. 서버리스 아키텍처로 AWS API 게이트웨이, Lambda, DynamoDB를 백엔드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하는 팀도 있었다. 이미 구축된 애플리케이션 코드를 보며 여러 라이브러리의 활용 케이스들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양한 활용 케이스를 보면서 참신하고 좋았던 면도 있었고, 잘못된 활용으로 코드 유지보수가 불편해지는 경우도 봤다. 6개월이나 지나서 많은 것들이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다. 역시 이런 경험과 생각들은 바로 블로그에 기록해 둬야 기억에 남기고, 회고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쉬운 점은 매번 팀을 옮겨 다니다 보니 컨텍스트가 끊어지고 프로덕트에 깊게 몰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프로덕트에 대한 주인 의식이나 애정이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5주만 있다가 떠날 팀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작업들에 집중했던 것 같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앞으로 팀의 속도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기술 부채를 해소하는 작업은 인게이지먼트 기간 중 끝낼 수 있는 작업들보다 우선 순위가 미뤄졌다.

AI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9월쯤 AI 주도 개발팀을 지원했다. 다양한 AI 도구들을 사용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탐구해 보는 팀이었다. 이 시점을 계기로 AI 도구나 개발 프레임워크와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생전 처음 써보는 코파일럿 에이전트로 바이브 코딩을 해보면서 AI 도구의 놀라움과 한계를 마주했다. AI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긴 하지만,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명시하지 않은 부분들을 자기 멋대로 구현해 버린다. 어쩔 땐 합리적으로 보이는 다음 단계의 결과물일 때도 있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도약해 버린다. 이렇다 보니 AI가 작성한 코드를 리뷰하는 데 시간을 더 허비했다. 엄청난 양의 코드를 토해내는 AI의 결과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고역이었다.

이 팀에 함께 참여했던 켄타로와 내가 얻은 인사이트는 개발자가 짧은 시간 동안 검토 가능한 정도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개발 프로세스를 작게 나누자는 것이다. 개발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는 시간보다 AI에게 일을 맡기고 코드를 검토하는 시간이 더 짧다면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큰 개발 흐름에서 테스트 작성, 구현 코드 작성, 작업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은 작은 일들을 AI에게 맡기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을 통해 AI와 함께 일 하면서 좋은 코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코파일럿 에이전트는 각 작업을 위한 프롬프트를 파일로 만들어 재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발자는 하나의 작업 프롬프트를 도구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과 인사이트는 블로그에 글로 남겼다.

이 팀을 지원한 이후에 신기하게도 AI에 관련된 활동들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되었던 것 같다.

  • 서울 랩스 멤버 AI 개발 핸즈온
  • 랩스-앤-런 Playwright MCP 서버를 활용한 E2E 테스트 워크플로우 발표
  • 2025 SK AI SUMMIT 참여
  • 프라이데이 소셜 n8n AI 에이전트 워크플로우 도구 소개
  • 랩스-앤-런 AI 온톨로지 구축 방법 소개

위 활동들 중에서 SK AI SUMMIT에 다녀온 후 AI 프로덕트 개발에 관련된 생태계에 더 관심이 생겼다. 서밋(summit)에 참여한 후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 트릴리온 랩스, 카카오, SK 같은 일부 회사들은 여전히 직접 LLM(large language model)을 개발하고 있다.
  •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LLM 성능을 고도화하는 것보다 특정 도메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전엔 LLM 개발이나 파인 튜닝은 GPU, 수학적인 연구, 그리고 좋은 품질의 고용량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머릿속 고정 관념처럼 박혀 있어서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현재는 성능이 좋은 잘 구축된 LLM으로 특정 도메인의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전트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 같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AI 에이전트 개발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할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AI 에이전트 개발에 관한 책을 사서 간단한 애플리케이션들을 만들어 보고 있다. AI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소양을 키울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AI 에이전트 개발이 기본적인 요구 사항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AI 시대에 진입한 지금 우리 회사도 애자일 개발 프로세스나 LeanXP 관점에서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해소하는 일에 AI를 도입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고객이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워크플로우를 제시할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시대 흐름에 도태되면 안 된다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 지인으로부터 온톨로지(ontology)라는 개념에 대해 듣게 되었다. 공부할수록 AI 컨설팅 방면에서 좋은 내러티브(narrative)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톨로지에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고 팀원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발표 내용의 일부는 블로그 글로 정리했다. 26년에도 엔지니어로서의 역량 향상 겸 온톨로지와 이를 구축하기에 필요한 기술들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스프링 시큐리티 책 집필

사실 25년에는 책 집필에 많은 시간을 쏟지는 않았지만, 회고록에 빠뜨릴 수 없는 주제다. 작년 회고록을 읽어 보니 원고 집필은 24년 11월에 완료되었다. 처음 집필 제의를 받은 것은 23년 7월, 집필이 완료된 것은 24년 11월, 그리고 현재까지. 거의 2년 넘게 책 출판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출판사 담당자는 2번이나 바뀌어서 세 번째 담당자와 일하고 있다. 지금 담당자는 이전 담당자들에 비해 섬세하고, 구체적이고 빠른 피드백을 통해 더 좋은 책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중간에 담당을 맡았던 분은 25년 1월이 되면 선인세를 지급하고 최대한 빠르게 출판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2월에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는 메일을 남기셨다. 이분은 1년 내내 원고를 넘기는 동안 전혀 피드백이 없다가 연초에 이직 메일을 남기고 떠나셨다. 중간 원고를 4~5차례 전달했음에도 전혀 피드백이 없었던 내 원고는 문제가 꽤 많았다. 꼼꼼히 썼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사람이 완벽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새로운 담당자분의 날카로운 피드백 덕분에 책의 퀄리티는 좋아졌지만, 중간에 이런 피드백들을 받았다면 이렇게 추가적인 시간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글을 수정하는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작년 회고록을 보니 나는 25년 5월, 6월쯤 내 책이 출판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진행 속도였다. 아무래도 AI 시대와 맞지 않는 주제의 책이다 보니 출판사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미뤄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당시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달했던 우려처럼 늦춰진 출판 일정은 최신 버전의 스프링 시큐리티를 다룬다는 강점을 뺏어갔다. 현재는 스프링 부트 버전이 4.x으로 올라가면서 스프링 시큐리티도 7.x 버전으로 올라갔다.

책의 디자인까지 반영된 PDF 조판을 전달받은 것은 11월 중순이다. 이후 계속 첨삭을 진행했고, 베타 리딩까지 완료하면서 책 출판을 고지에 앞두고 있다. 전혀 실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제 코드 쪽도 생각보다 잘못 붙여넣은 부분들이 많았다. 베타 리더분들 덕분에 잘못된 내용의 책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예제 코드를 작성하다가 코드를 뒤집었던 케이스에서 일부 코드들이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은 것 같다. 예제 코드가 잘못되는 것은 전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코드에 관련된 작업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꼼꼼히 검증 후 내보낼 생각이다.

정말 긴 여정이다. 내년 회고록엔 책 집필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아니라 출판했다는 이야기와 후기를 쓸 수 있길 바란다.

작년 나의 목표

작년 나의 목표는 잘 이뤘을까?

강의

작년엔 스프링 시큐리티 책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를 찍을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운명처럼 3월에 인프런에서 ‘지식 공유 챌린지’라는 강의 만드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열렸다. ‘이것은 운명인가?’라는 생각으로 이 강의에 수강 신청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했고 유명 인프런 지식 공유자들의 강의를 찍는 노하우, 컨텐츠 MD(merchandiser)들의 가이드를 받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를 촬영할 때 어떤 도구들을 사용해야 하는지, 수강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의 전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나처럼 타인과 별로 섞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남는 시간을 강제로 네트워킹 하도록 만든 구성은 조금 별로였다.

결론적으로 강의 촬영에 대한 목표는 실패였다. 나는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강의를 촬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나와 맞지 않았다. 내 생각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글과 다르게 말로 강의하는 것은 굉장히 어색했다. 지금 컨설턴트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남들 앞에서 내 지식이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냥 촬영한 영상 결과물이 그리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간도 글을 쓰는 것에 비해 더 많이 들었다. 길어야 15분 분량의 강의를 찍기 위해 2~3시간을 허비하다 보니 강의 촬영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 같다. 그래도 나름 노력은 했다. 회고록을 보니 8월까지 강의 촬영을 시도했고, 3개의 강의 영상을 녹화했었다.

‘강의’라는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 가족과의 생활을 병행하면서 강의 만드는 것에 노력과 시간을 쏟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서 독서법

‘초서 독서법 실천’이라는 목표는 실패했다. 독서 자체를 못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 비해 책을 많이 읽진 못 했겠지만, 생각보단 꾸준히 책을 읽었다.

  • 말그릇(김윤나)
  • 행운에 속지마라(나심 니콜라스 탈렙)
  • 스태프 엔지니어(윌 라슨 저/장현희 역)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비밀(길버트 미즈라히)
  • 레버리지(롭 무어)
  • 개발자를 위한 기술 부채 실무 가이드(니일 언스트, 릭 캐스만, 줄리엔 디레인)
  • 요즘 AI 에이전트 개발(박승규)
  • 현명한 투자자(벤저민 그레이엄)

아무리 오래동안 혹은 많은 책을 읽어도 기억에 도통 남지 않는다는 말에 다들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책을 읽는 순간엔 공감과 깨달음을 얻지만, 돌아서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금새 잊는다. 이런 내가 너무 싫어서 오래 기억에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초서 독서법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요약하자면 쓰고, 정리하고, 내용을 재구성하면서 책을 읽으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방법론이다.

이 방법론을 통해 아는 것과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손으로 쓰면서 내용을 재구성하면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다. 좋은 방법론이지만, 규칙적으로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시도는 해봤지만, 꾸준히 이어나가지는 못했다. 주로 이동하는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다 보니 초서 독서법으로 발전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아무래도 초서 독서법을 실천하려면 육아 퇴근 후에 마음을 다잡고 앉아서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올해는 육아 퇴근 후 다시 시작한 운동을 다니느라 규칙적인 독서 습관을 만들지 못한 것 같다.

블로그

작년에 세운 목표는 한 달에 10개 정도의 글들을 써내는 것이었지만, 올해 결과는 1/3 수준이다. 매 해가 지나갈수록 블로그에 작성하는 글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꾸준히 100건이 넘는 글을 써냈지만, 24년을 기점으로 글 작성 수가 줄었다.


매달 4개 정도의 글을 작성했다. 많이 쓴 것은 아니지만, 주말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비해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글의 수가 줄어든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가장 큰 원인은 3개다. 첫 번째는 주말마다 와이프, 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외출이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주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방 안에서 블로그 글이나 쓰는 것은 주말동안 와이프에게 육아를 떠넘기는 짓이다. 두 아이를 독박 육아하는 것은 와이프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이기에 웬만하면 항상 나가는 편이다.

두 번째 이유는 AI다. AI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에는 구글링을 통해 배운 내용이나 찾은 내용들을 블로그에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AI를 통해 누구나 다 쉽게 마주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고 나 또한 그러하다. 그렇다 보니 AI를 통해 배운 내용들을 블로그에 글로 정리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작은 배움이라도 글로 정리하고 공유했지만, 요즘은 마주친 문제들을 해결했던 경험들을 위주로 정리하고 있다. 나만의 경험을 정리하는 일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글 쓰는 일에 대한 동기를 하나 잃은 것 같다.

세 번째 이유는 경제 블로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투자와 관련된 모든 글을 쓰고 있다. 7월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방문자 수가 늘고 있다. 6개월 동안 200개 정도의 글을 작성했다. 개발 블로그보다 경제 블로그에 더 재미를 붙인 것 같다. 투자를 잘 해보려고 경제를 공부하고, 배운 내용들을 정리해 나가면서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시장 흐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재미있었다. 공부하면서 정한 투자 방향을 따르고, 결정 하나하나가 자산 증식으로 이어지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도 꾸준히 운영해 볼 생각이다.

앞으로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를 정해보자.

독서

올해는 8권의 책을 읽었다. 여태까지 독서에 관련된 목표는 읽는 책 수에 집중했다면, 26년에는 책의 수보다는 정기적으로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 보려 한다. 군대에서 매일 저녁 8시에 운동하던 습관을 2010년부터 지금껏 이어온 것처럼 다시 한번 나라는 사람을 개조해 보려 한다. 처음엔 괴롭고 힘들겠지만,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매번 장기 목표를 세우고 대부분 실패했다. 이번엔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목표를 세워 볼 생각이다. 작년처럼 ‘초서 독서법으로 5권의 책을 읽은 후 블로그에 정리하자’가 아니라, ‘매일 밤 육아 퇴근 후 23시부터 책을 읽으면서 블로그에 짧은 기록을 남기자’를 목표로 세워본다. 365일 전부 성공할 순 없겠지만, 내년 회고록을 작성할 때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만큼 실천해 볼 생각이다. 이 글을 작성한 26년 1월 9일을 기준으로 한 해 독서 습관을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살펴보자.

블로그

5년 동안 운영한 블로그를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됐다. 블로그 덕분에 아직도 개발자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블로그를 커리어 개발의 발판으로 활용하고 싶다.

그래서 글 주제를 선정하는 방식을 바꿔 보려 한다. 여태까지 블로그 주제들은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마주쳤던 문제들이나 기술에 대한 궁금함이었다. 내 블로그 글들의 주제 대부분이 스프링 프레임워크와 리액트인 이유다. 두 기술 스택 외에도 인프라 구축이나 테스트 도구, 테스트 방식들에 대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올해부터는 관심 분야에 대해 능동적으로 조사하고, 공부해서 기록으로 남겨 보려 한다.

애플리케이션을 단순히 개발하는 수준의 일반 개발자의 커리어는 지금도 AI에게 위협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 개발자들도 AI와 함께 꾸역 꾸역 애플리케이션 개발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만의 강점과 전문 분야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최근 내 관심 분야는 소프트웨어 보안AI 에이전트 개발이다. 회사에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업무이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는다면 전혀 접할 수 없는 주제들이다. 회고록을 작성하면서 이 주제들에 대해 어떻게 공부할지 계획을 세워봤다.

  • 보안 공부는 CVE(Common Vulnerabilities and Exposures) 리포트를 찾아보고, 취약점 유형, 전제 조건, 공격 시나리오, 보안 패치 등에 대해 사례를 정리할 계획이다.
  • AI 에이전트 개발 공부는 LangChain, OpenAI, Anthrophic 같은 업계 주요 회사들의 블로그 글이나 깃허브 레포지토리의 이슈들을 찾아보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글과 예제 코드로 재작성할 계획이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 아니고, 누군가의 글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라 아쉽다. 이렇게라도 전문가가 되고 싶은 분야로 지식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활동들이 내 커리어에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26년 회고를 할 때 작성한 글들의 주제가 보안과 AI 에이전트 개발에 관련된 내용들이 주로 작성하고, 체계적인 공부 방법을 세울 수 있다면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닐까?

안녕히 가세요. 2025년. 어서 오세요. 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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