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Retrospective

6 분 소요


2024년이 다 지나갔다. 올해의 내 인생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반가워, 강시아

올해 6월에 강시아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주아 언니만큼 아주 이쁘고 귀여운 친구가 태어났다. 여태 살펴본 우리 시아는 조금 성격이 까칠하다. 주아 100일, 200일 때와 비교해보면 굉장히 예민한 것 같다. 둘째가 좀 더 커서 보여줄 첫째와의 케미(?)가 정말 기대(?)된다.

http://www.nikonikorakugaki.com/archives/9164542.html


아이는 행복이다. 나는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아이 생각이 있다고 말하면 강력히 추천한다. 하루는 일과가 끝나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첫째를 마중 나갔다. 벤치에 앉아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즐거워 하는 주아, 맑은 날씨, 저물어 가는 해, 시원한 바람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이라고 느껴지면서 엄청난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아이는 사소한 순간 하나하나를 소중하고 감사하게 만든다.

작은 행동, 말 하나하나 성장해나가는 모습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함박 웃음이 나온다.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의 초롱초롱 한 눈빛과 새로운 것을 해볼 때 한없이 신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주말마다 같이 어딘가로 놀러간다. 주말에 집에 콕 박혀서 컴퓨터만 하던 내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졌다. 둘째 시아도 언니와 함께 우리에게 이런 행복한 순간들을 계속 가져다 주겠지. 아빠로써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MDN CORS(Cross Origin Resource Sharing) 번역

작년 의미있던 오픈 소스 활동으로 MDN 사이트의 CORS(Cross Origin Resource Sharing) 문서를 번역을 했다. 책의 CORS 관련된 내용을 집필 중에 MDN 문서가 영어 사이트와 전혀 동기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MDN 문서가 오픈 소스로 누구나 번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곤 PR(pull request)를 올렸다. 혹시 몰라 영어로 작성했는데, 답변이 한글로 와서 조금 놀랐다. 메인테이너들이 한국분들일 줄이야.


처음에는 예제 코드 부분만 수정해서 PR을 올리려고 했지만, 문서 전체를 번역하는 것이 기본 정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어 문서를 전부 번역했다. 내용이 많아 시간이 꽤 소요됐지만, 나름대로 책임감을 갖고 번역을 마무리했다. 작은 일이지만, 나름대로 오픈소스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회사 인수합병

24년 1월에 브로드컴(broadcom)이 VMware를 인수합병을 완료했다. VMware에 재직 중이던 나는 올해 초에 브로드컴 소속이 되었다. 브로드컴은 분명 규모가 큰 회사이지만, 브로드컴으로 인수합병 되는 것이 내게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할 말이 많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룬다. 조만간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일하는 내내 신경이 많이 쓰였고, 정신적으로 피곤한 1년이었다.

VMware 인수, 고객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변화된 제품 정책

작년 나의 목표

작년 나의 목표는 잘 이뤘을까?

책 집필

책 집필을 올해 11월에 모두 마무리했다. 총 분량은 MS 워드로 608 페이지 분량을 작성했다. 이렇게 긴 호흡으로 한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긴 처음이다. 23년 10월부터 집필을 시작해서 거의 1년 만에 책 한 권을 썼다. 회사 일이나 개인적인 일들의 스케줄이 겹치면서 책 쓰는 일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쓰기 싫어서 한참을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었던 일들도 많았지만, 끝끝내 완결지었다.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온다니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25년 1월부터 출판 프로세스를 시작하여 약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내년 4월, 5월이면 현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는가. 내 이름으로 된 기록이 내가 사라져도 남는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책이 나오면 이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도 한편 만들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주 단위 회고

24년엔 주 단위 개인 회고롤 했었다. 총 53개의 회고록을 작성했다. 포맷은 단순하게 잡았다.

  • 했던 일/좋았던 점
  • 아쉬웠던 점

주 단위 회고를 하다보니 정신없이 지난 한주의 어떤 일들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7월부터는 매일 언제 무슨 일을 했는지 타임라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회고록을 작성할 때 지난 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떠올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확실히 매일 타임라인과 매주 회고록을 작성하다보니 년 단위 회고록, 프로젝트 단위 회고록을 작성할 때도 도움이 됐다.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는 회고의 주된 목적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 잘한 일들을 통해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인다.
  • 내가 한 어떤 행동과 그에 대한 결과를 통해 인사이트(insight)를 얻고 그것을 공식화한다.
  • 아쉬었던 것들을 돌이켜보고 더 나은 방법을 탐구한다. 더 개선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액션 아이템(action item)을 도출한다.

내 모든 주 단위 회고가 위 목적들을 모두 이뤘는지 읽어보면 그렇진 않지만, 나름대로 삶의 방향을 잡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작년 주 단위 회고록을 읽다보니 자주 보이는 내용들이 있다.

  • 바쁜 나를 이해해주고 아이들을 전담으로 케어해주는 와이프에 대한 감사
  • 말을 듣지 않는 첫째 아이에게 화내고 난 뒤 후회
  • 가족들과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행복함과 감사함

매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정리하다보니 의외로 일이나 자기 발전에 대한 이야기보다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업무 환경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가장이라는 역할의 내가 가장 많이 발전한 한 해였던 것 같다.

1일 1커밋

1일 1커밋을 성공했다. 잔디 밭에 비어있는 부분은 몇 가지 테스트를 위해 만들었던 레포지토리가 불필요해 삭제하면서 사라졌다. 1일 1커밋 챌린지는 매일 공부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세웠던 목표이기 때문에 24년을 마지막으로 끝낼 생각이다. 이미 나는 매일 나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체득했다.

StackOverflow

많은 활동을 하진 못했다. 두 개의 새로운 질문을 올리고, 이전에 작성했던 답변들이 업-보트(up-vote)를 받아서 명성도가 조금 올라갔다. 작성하고 싶은 몇 가지 질문들이 있었는데, 정리해서 올린다는 것이 다른 일들에 밀려 잊혀져버렸다. 제대로 된 질문을 올리지 않으면 다운-보트를 받기 때문에 신경 쓰여서 질문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꽤 소요된다. 그렇다보니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리는 것 같다.

독서

올해 나에게 맞는 독서법을 깨달았다. 나는 출퇴근 같은 이동 시간에 책을 많이 읽는다. 24년 초에는 출장이 잦아서 책을 많이 읽었다. 출장 이동 중 비행기나 기차에서 책을 주로 읽었다. 주말엔 책을 들고 호텔 주변 카페로 자주 갔었다. 이후 자택 근무를 하면서 책을 거의 안 읽은 것 같다. 24년 1월쯤 호기롭게 43만원정도 책을 구입했는데 반도 못 읽었다. 올해까지 이어서 읽어야지.


책에서 읽은 내용 대부분이 기억에 남지 않는 문제 때문에 효율적인 책 읽기 방법에 대해 찾아본 적이 있다. 기계적으로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5단계에 걸쳐 책을 읽는 초서 독서법을 수행하면 사고의 확장이 가능하고 책의 내용들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었다. 흉내를 내보곤 있지만, 이런 식으로 책을 읽기 위한 훈련이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만 체감하고 있다. 읽은 책의 내용들을 블로그에 조금씩 정리하고 있지만, 체계가 안 잡히고 있다. 올해 목표로 삼아야겠다.

블로그

올해 블로그엔 총 72개의 글을 작성했다. 한달에 6개 남짓 글을 썼다. 매년 120개 남짓 글을 쓰던 나로선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도 쉴 새 없이 했던 것도 있지만, 책 집필을 마무리하느라 글을 많이 작성하지 못 했다. 나는 회사일도 책도 블로그도 모두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진 못 한것 같다. 가장 우선 순위가 밀리는 블로그에 힘을 뺀 것 같다.

글의 양이 줄어서인지, ChatGPT의 영향 탓인지 블로그 방문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작년에 한 주에 3000명 언저리였던 사용자 수가 1000명 정도로 반토막났다. 올해 초부터 사용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여름부터 쭉 빠진 것 같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조회수를 노리고 작성하는 블로그가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 것 같다. 내 경험들을 복기하고, 다른 개발자들에게 공유하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방문자 수는 신경쓰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글의 퀄리티를 조금 더 신경 쓸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구글 애드센스도 남은 잔고를 정산하고 나면 없앨 생각도 하고 있다.

앞으로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을 정리해본다.

강의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책 집필은 모두 끝내고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책만으론 조금 아쉬운 감이 있어서 가능하다면 강의도 만들어볼까 한다. 책과 강의가 서로 시너지를 내어 더 좋은 효과를 내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사실 영상을 만들거나 편집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감이 안 잡힌다. 촬영을 시작하는 것은 책의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내용들을 모두 보완한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그 전까진 영상 편집에 관련된 내용들을 조금 공부해놔야겠다.

초서 독서법

초서 독서법은 책을 읽는 방법이기 때문에 목표로 세우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목표란 것은 해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한 법이라 구체적인 수치를 셋팅하고 싶다. 블로그 한 켠에 Books라는 카테고리에 책 5권 정도를 초서 독서법에 따라 읽고 정리해보려 한다.

개발 활동과 블로그

24년에 MDN, 스프링 시큐리티(spring security) 레포지토리에 PR을 올려 잘못된 문서들을 수정한 것처럼 25년에도 우연히 눈에 띈 잘못된 내용들을 바로 잡는 오픈 소스 활동을 해보려 한다. 예전엔 잘못된 내용들이 있어도 나만 알고 넘어 갔었는데, 지금은 이를 바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니 나도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스택 오버플로우에도 잊고 지냈던 질문들을 우선 정리해서 올리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공유할 생각이다.

새해에도 내가 얻는 모든 경험들은 블로그에 정리할 예정이다. 작년은 책 집필을 핑계로 많은 내용들을 정리하진 못 했지만, 25년에는 다시 한 달에 10개 정도의 글들을 써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본다.

안녕히 가세요. 2024년. 어서 오세요.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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